
2020년은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해였다.
사회, 정치, 경제와 담을 쌓고 살았던 내가 2020년부터 세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앙이 닥치고, 돈이 필요해 투자를 시작했다.
이제 막 세상에 눈을뜨고 기어다니던 아이가
세상을 읽고 예측하겠다고 오만하게 덤볐고,
야속하게도 시작부터 세상은 내 생각대로 돌아가 너무나 쉽게 돈을 벌었다.
300만원으로 시작한 계좌는 500만원이 되었고,
거기에 200만원을 불타기를 하고 1000만원이 되었다.
그리고 시장의 뉴스에 대응했고
떨어지기 전 날 매도하고, 떨어진 날 저점에 매수하였다.
불과 4일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오만하지 않은 줄 알았다.
전염병으로 인한 위기였고 이해도가 높은 분야이기에 투자에 녹여낼 수 있었다 생각했다.
그리고 한 타이밍이 보였다.
이것은 '무조건' 벌어질 일이라 생각했다. 평소 그렇게 '무조건', '절대'와 같은 단정적인 생각을 경계하면서도 그 순간엔 모든 것이 나의 생각대로 될 것 같았다.
주말동안 고민끝에 마이너스 통장에서 1억을 빼서 월요일날 매수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모든 일들은 주말간 벌어졌고,
주가는 이를 반영하여 시작하였다.
주식의 기초도 없이 세상을 읽고 투자하겠다고 나섰던 나는 갭상 시작의 의미도 모른채 나의 예상이 모두 반영된 주가에 1억의 빚으로 투자했고, 그렇게 3일만에 2,5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정말 실컷 울었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나에 대한 경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두달간은 그 어떤 소식도 듣지않고 열심히 살았다. 내가 본 손실을 복구하는 길은 현실에서 아끼고 조금이라도 더 버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왜 실패했는지 알고 싶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거시적인 나의 생각은 정확히 맞았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이 투자를 하였고,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 리스크를 안고 들어갔다.
지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준비해서 이겨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2020년 6월부터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
100만원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안쓰고 안먹으며 일주일에 20만원씩 추가했다.
이 번에도 실패한다면 영원히 하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나는 이 바닥에서 먹기좋은 먹잇감 이다. 이를 인정하고 100만원 남짓의 돈을 쪼개어 여러가지 투자를 했다.
코스피 인버스 ETF, 원유 레버리지 인버스, 미국주식, 금광주 다양하게 시도했다.
위험한 투자도 다 해보았다. 나에게 100만원은 없어도 되는 돈이 었지만, 실패로 상처받은 나에게 이 돈은 자존심이었다. 그렇게 잃어도 부담이 없는 돈은 나에겐 절대 잃으면 안되는 돈으로 다가왔고, 간절하게 투자했다.
지수추종 ETF는 시장을 추종하여 안전하긴 하지만 나에게 공부가 되지 않았다.
원유 투자는 결과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었지만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움직였다.
이 것은 도박이라 생각했다.
코스피 개별주를 살펴봤다.
예전부터 높게 평가했던 카카오는 너무나 올라있었다.
평소 좋게 생각했던 기업들 중 반등폭이 적은 기업들을 골랐다. 삼성전자, 현대차, 하이트진로 였다.
그리고 미국주식도 시작했다. 이미 회복구간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 많이 올라있는 나스닥 주들은 두려웠다. 헷지목적으로 금광주를 소량 담고, 코로나 피해주 위주로 샀다. 중소형 레스토랑, 카지노, 오일/천연가스 회사 였다.
원유 인버스와 미국주식에서 제법 수익이 났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10-20% 수익이 나면 익절했다.
또 점차 자신이 생기고 있었다.
다시 마이너스 통장에서 투자금을 마련했다. 존리의 투자방식이 안정적이라 생각해서 적립식으로 시드를 늘리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월급이 아닌 내 손에 쥐어진 돈을 나눠서 투자하기란 쉽지 않았다.
적립식으로 나눠 투자하겠다는 것이 10일동안 시드의 반틈정도를 투자했다. 그리고 또 거짓말 처럼 수익을 주던 컨텍주들이 반토막이 났다.
다행이도 평단이 낮아 손실이 크진 않았으나 두려움이 앞섰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의 조정은 일시적일 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시적 조정에 내가 투자한 기업이 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중소형주에 투자했고 유동비율이 1이 넘던 기업이었다.
이건 과매도라고 생각한 주가까지 내려갔고 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추매할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버틸 수 없었다.
내가 고른 기업은 그러한 상황에서 정말 쓰러질 수도 있는 회사였고,
나는 버틸 수 없는 돈으로 투자를 하고있었다.
거짓말같이 내가 손절한 날이 저점이었고 다음날 10% 반등을 했다. 씁쓸했지만 망하는 분위기는 아니구나 생각해서 다시 매수했다. 물론, 이런 망할 위험이 있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거나, 해당 섹터 여러 기업에 나눠 투자해야겠다 는 교훈을 얻어 레스토랑 여러개에 나눠 담았다.
결국 그 주식은 60%수익을 주고 내 곁을 떠났다.
우상향 하는 시장에서 미래의 회복을 기다리며 하는 투자는 나만 소외받는 느낌을 줬다.
주식시장에 수급이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풀린 강세장에서 외면받는 섹터에는 돈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기업의 사정은 나아지고 미래는 긍정적이나 외면받는 시간이 길었고, 순환매가 돌면서 재평가를 받는 것도 순간일 뿐 일시적인 수급으로 주가를 올리고 다시 빠르게 빠져나갔다.
시장참여자로서
그나마 나의 강점을 찾아보라면 전체적인 시장에 대한 이해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한 충격으로만 시장을 보면 안된다. 코로나로 멈춰진 세상에서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 과거의 가치평가로 벨류에이션을 측정할 수 없는 시기다.
이러한 판단에 나스닥 기업이면서 가치주와 성장주의 성격을 모두 띄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에 투자했다.
그리고 나에게 알파를 가져다 줄 스퀘어, 리봉고 와 같은 성장성 있는 주식도 담았다.
성장주에 편중되어 있어 룰루레몬도 담고, 중국주식도 포함했다.
미국, 한국, 중국으로 분산하면 미-중관계나 환차손 등에서 분산이 될꺼라 생각했다.
중국주식은 관심도 없고 공부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익히 알고있는 큰 기업이면서 기술주인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튀안을 담았다.
그렇게 나름 국가, 섹터 별 분산을 한 포트폴리오는 내 목표수익률 8%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6월부터의 한해 총 수익률은 26%였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수치지만 시장상황에 비해서는 아쉬웠다.
특히 리봉고, 스퀘어, 테슬라 등 확신이 드는 종목들이 있음에도 시드의 10%이하로 비중조절을 하다보니 배팅을 성공한 것에 비해 수익이 턱없이 낮았다.
그래서 2021년은 적극적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생각이 아닌 포트의 안정성을 주기위해 그저 담아뒀던 빅태크 들은 정리하고 내가 분석하고 좋다고 생각된 기업들 위주로 포트를 줄였다. 그리고 현재 투자금액의 50%정도의 추가 현금(마이너스 통장)이 남아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금을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2021.1.16 현재까지 수익금이 2020년 수익금과 비슷하다.
자신감이 차오르려하지만 내가 나를 믿고 확신에 차는 순간 위기는 찾아오리라. 나의 확신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되고 그 근거속에서도 고심하고 고심하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번의 배팅에 전체 포트가 무너질 만큼의 위험성은 감수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나의 원칙을 지키며 2021년 한 해 더욱더 발전된 투자자가 되고싶다.
환희의 순간이나 어느때보다 차갑게 생각하고 시장의 시그널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오래도록 투자를 하며 부를 이루는 방법이며, 발전해나가는 투자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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